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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외인타자는 "4번타자가 싫다"고 했다. 야시엘 푸이그(32·키움 히어로즈)는 21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에서 모처럼 손맛을 봤다. 20일까지 42경기에 나와 타율1할9푼4리 4홈런으로 부진했던 그는 3회말 투수 주현상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담장을 넘겼다. 13일 KT 위즈전 이후 8일 만에 나온 홈런. 첫 타석에서도 무사 1,2루에서 적시 2루타를 날렸던 푸이그는 멀티히트로 경기를 마쳤다. 모처럼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푸이그는 경기를 마치고 "연습을 했던 것이 드디어 정확한 타격으로 이어지면서 좋은 타구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이날 푸이그가 출장한 타순은 8번타순. 올 시즌 푸이그를 영입하면서 키움이 구상한 이상적 타순은 4번이었다. 이정후-푸이그-김혜성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중심타선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바람의 손자'는 뛰지 않는다.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의 올 시즌 도루 시도는 두 번뿐(17일 기준)이다. 발이 빠르지 않은 노시환(한화 이글스·4회)보다 도루 시도가 적다. 그렇다고 출루율(0.393)이 낮은 것도 아니다. KBO리그 톱10에 이름을 올리지만 좀처럼 뛰지 않는다. 이정후는 2017년 데뷔해 지난 시즌까지 연평균 도루 시도가 15.6회였다. 2019년 20회(성공 13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14회(성공 12개), 지난해에는 13회(성공 10개)를 기록했다. 주루 센스와 빠른 발을 갖췄지만, 많이 뛰는 유형은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 기조가 더 굳어졌다. 현재 페이스라면 개인 최저 수준(7~8회 시도)에서 시즌을 마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정후는 박병호(현 KT 위즈)와 함께 중심 타선에 포진하면서 도루를 멀리했다.
키움 히어로즈 우완 문성현은 지난 6년간 '블립(Blip)' 상태였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데뷔 첫 6년간은 히어로즈 마운드의 토종 히어로즈였다. 해당 기간 팀 내에서 앤디 벤헤켄과 브랜든 나이트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던졌다. 2011년에는 나이트(172.2이닝) 다음으로 많은 이닝(130.2이닝)을 소화하며 마운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2014년 팀내 국내투수 최다승(9승)도 문성현의 차지였다. 그랬던 선수가 2016년 이후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첫 6년간 146경기 479.1이닝을 던졌던 투수가 지난 6년 동안은 15경기 19.1이닝 투구에 그쳤다. 25세부터 30세까지 야구선수 전성기 6년이 먼지처럼 흩어졌다. 마치 누군가 핑거스냅이라도 한 것처럼 1군 커리어가 소멸될 위기였다. 목동 시절의 영광을 함께한 팬들의 기억에서도 조금씩 문성현의 존재가 흐릿해져 갔다.
지난해 프로 입단 당시 9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금을 받아 '9억팔'이라는 별명이 생긴 키움 히어로즈 우완투수 장재영(20)은 올 시즌 도중 변화 하나를 택했다. 데뷔 때부터 달았던 59번을 내려놓고 61번을 새로 유니폼으로 새겨넣었다. 운 좋게 챙긴 새 등번호다. 당초 키움 61번의 주인공은 양기현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오주원의 백넘버 15번을 양기현이 최근 넘겨받으면서 61번이 비게 됐고, 장재영이 새 주인이 됐다. kt 위즈전이 있던 15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장재영은 "어릴 때부터 숫자 1과 6을 좋아했다. 그래서 등번호를 정할 때 웬만하면 1이나 6이 들어간 유니폼을 골랐다"면서 "프로 입단할 때는 딱 맞아떨어지는 등번호가 없었지만, 올 시즌 도중 61번이라는 좋은 백넘버가 나와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호신으로 우뚝 섰다. 키움 히어로즈 좌완투수 이승호(23)는 최근 팀의 불펜을 가장 든든하게 지키는 자원이다. 16일까지 올 시즌 17경기(16.1이닝)에 등판해 1승1패6홀드, 평균자책점(ERA) 0.55를 기록 중이다. 자책점은 단 1점에 불과하다. 향상된 구속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시즌 이승호의 직구 평균구속은 141.9㎞.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기보다는 정확한 제구력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의 배트를 끌어내는 유형의 투수였다. 그런데 올해는 그의 직구 평균구속이 16일까지 144.9㎞다. 구속 향상을 위해 최근 수년간 꾸준히 몸을 만든 효과를 드디어 보고 있다.
"어린 투수는 못해도, 잘해도 경험이 되지만 연차가 차고도 못하면 경험이 아니라 '큰 일'이 나는 거야. 나이를 먹을수록 더 잘해야 돼." 문성현(31·키움 히어로즈)이 촉망 받는 유망주 시절 선배들에게 들었던 조언 중 하나다. 그때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무슨 뜻인지 몰랐다. 더이상 유망주란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 지금은 그 말의 무게를 안다. 문성현은 "이제야 형들이 해줬던 말의 의미를 깨닫고 있다. 정말 창피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곱씹었다.
키움 히어로즈 우완 불펜 박주성(22)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며 프로 데뷔 3년 만에 첫 승리를 거뒀다. 박주성은 15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원정경기 1-1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말에 등판해 끝내기 패배 위기에 놓였으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간 박주성은 첫 타자 오윤석에게 볼넷을 내준 뒤 대타 심우준에게 희생번트, 문상준에게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2루타를 허용해 1사 2, 3루 위기에 놓였다. 외야 플라이 한 개 혹은 내야 땅볼 한 개면 그대로 경기를 내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기다렸던 해결사는 송성문(26·키움 히어로즈)이었다. 송성문은 1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짜릿한 손맛을 봤다. 1-1로 맞선 연장 11회초 2사 2, 3루에서 KT 류희운의 2구째 직구를 받아쳐 그대로 오른쪽 펜스를 넘겼다. 힘겨웠던 승부의 승리를 예감하는 순간, 송성문은 양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송성문의 한방으로 단숨에 흐름을 가져온 키움은 후속 전병우의 연속 타자 홈런까지 터지며 5-1 승리를 거뒀다. KT와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시즌 20승(18패)째도 신고했다.
“지금은 경쟁보단 팀을 위해 달려야죠.” 키움 히어로즈의 김혜성(23)은 지난 2021시즌 도루 1위다. 무려 46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40개를 기록한 KIA 타이거즈 최원준을 제쳤다. 키움의 첫 도루왕이다. 그런 그가 이번 2022시즌에도 도루 1위에 오르며 백투백 도루왕을 노리고 있다. 키움은 이번 시즌 출루와 장타에 대한 갈증이 유독 심하다. 장타율은 0.336으로 전체 7위, 출루율은 0.298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할이 안 된다. 그렇기에 KBO리그 최고의 빠른 발을 자랑하는 김혜성의 존재감이 크다. 단순 안타만 쳐도 언제든지 2, 3루타 효과를 낼 수 있는 도루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출루만 하면 득점권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김혜성의 가치는 높다.
시즌 4승을 거둔 키움 히어로즈의 KBO리그 4년차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33)가 포수 이지영의 리드를 칭찬했다. 요키시는 1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원정 경기에서 8이닝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3-0 승리를 견인했다. 요키시는 시즌 4승(3패)째를 따냈다. 요키시는 이날 106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커브와 체인지업, 투심 패스트볼을 섞어 던졌다. 최고 구속은 146㎞가 찍혔다. 특히 지난 2020년 9월24일 고척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전 이후 597일 만에 8이닝을 책임지며 이닝 히터의 면모를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