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같은 자리에서 팬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야, 뭔 생각이 그리 많냐, 타석에 들어가서 뭘 잘하려고 하지 마, 그러니까 잘 안 맞는 거야. 단순하게 해라." 지난 고척 삼성전(5월 31일~6월 2일)에서 1루수 김수환(24·키움)이 10타수 1안타로 부진해지자, 홍원기(49) 키움 감독이 툭 던진 농담이다. 사람 보는 눈은 똑같은 모양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타격 코치들도 똑같은 소리를 했더란다. 이 농담 한마디로 부담을 내려놓은 어린 1루수는 다시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지난 3일 대전 한화전부터 따지면 김수환의 성적은 타율 0.353(17타수 6안타) 2홈런 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56. 같은 기간 리그 5위에 장타율만 0.706으로 폭발적인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9일 키움이 1-7로 패한 고척 KT전에서도 엄상백을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때려내며 팀의 영봉패를 막았다.
지난 7일 고척 kt wiz전에서 키움 히어로즈 벤치는 경기 종료와 동시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3-0으로 앞선 9회 투아웃에서 박경수의 평범한 뜬공을 키움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가 마치 타구를 잃어버린 것처럼 빙글빙글 돌다 겨우 잡아내서다. 바람의 영향이 없는 고척돔, 그리고 회전이 많지 않았던 타구였던 점을 고려하면 진짜 어렵게 잡은 게 아니라 푸이그 고유의 수비 동작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푸이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에도 종종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수비로 팀 동료와 언쟁을 벌이곤 했다. 한때 교체설까지 돌았던 푸이그의 방망이는 날이 더워지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기회를 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잡은 겁니다.” 키움 히어로즈는 눈에 띄는 전력보강을 하지 않았다. 외국인선수 2명을 교체한 것이 돋보이는 정도다. 새로운 국내선수는 전 소속팀에서 방출된 내야수 강민국, 외야수 김준완과 포수 박동원(KIA 타이거즈)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내야수 김태진이 전부다. 올해는 프리에이전트(FA)로 이적한 중심타자 박병호(KT 위즈)도 없다. 일각에선 전력약화를 예상했다. 그럼에도 2위다. 이제는 1위를 압박한다. 저연차 선수들이 상승세를 이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우리 선수층은 두껍지 않다. 여러 선수에게 돌아가는 기회도 많다”며 “결국 기회를 어떻게 잡느냐다. 우리 팀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잘 형성돼 있다.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문화”라고 설명했다.
'쿠바 악동' 야시엘 푸이그(32·키움 히어로즈)가 확 달라졌다. 푸이그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위기의 남자'였다. 시즌 첫 41경기 타율이 0.196(153타수 30안타)에 그쳤다. 규정타석을 채운 56명의 타자 중 타율 55위. 장타율(0.314)과 출루율(0.297)을 합한 OPS도 0.611로 좋지 않았다. 기대했던 홈런도 가물에 콩 나듯 터졌다. 푸이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통산 132홈런을 기록한 거포. LA 다저스에서 뛴 2017년에는 28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34타석 무홈런'으로 마치더니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그 사이 푸이그의 RC/27이 3.40(5월 19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으로 타자의 생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10.93) 닉 마티니(NC 다이노스·7.09) 소크라테스 브리토(KIA 타이거즈·6.39)를 비롯한 다른 외국인 타자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컸다. 공격 지표가 바닥을 찍으면서 '퇴출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말 꾸준히, 열심히 했다." 키움 왼손 불펜 김재웅(24)은 올 시즌 KBO리그 최고 불펜투수다. 프로필상 신장은 174cm. 실제 이보다 더 작아 보이지만, 누구보다 강력한 공을 던진다. 26경기서 1승15홀드 평균자책점 1.04. WHIP 0.96에 피안타율 0.115.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0.4km로 평범하다. 왼손투수라도 140km 중반까지 나오는 투수가 적지 않다. 그러나 김재웅은 RPM(분당회전수)이 높고 수직무브먼트가 리그 상위권에 속한다. 때문에 신장이 작은 약점을 상쇄한다. 타자들은 김재웅의 패스트볼을 쉽게 공략하지 못한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고루 활용하며 좌타자 피안타율(0.147), 우타자 피안타율(0.094)에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2020시즌 1군 데뷔 후 경험이 쌓이면서 컨디션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생겼다.
키움 히어로즈 불펜 마운드에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키움은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같은 날 선두 SSG 랜더스가 최하위 NC 다이노스에 2-6으로 덜미가 잡히며 2위 키움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승차를 2.5경기까지 좁혔다. 단 한 점도 허락지 않은 투수진의 호투가 시선을 강탈했다. 선발투수 한현희가 5⅔이닝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배턴을 이어받은 하영민이 6회 2사 1루에서 김준태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이후 키움이 자랑하는 필승조가 가동됐다. 7회 마운드에 오른 문성현이 안타 하나를 허용했지만, 삼진 2개를 솎아내며 실점 없이 틀어 막았다. 8회는 셋업맨 김재웅, 9회는 마무리 이승호가 책임졌고 2이닝 무실점을 합작, 리드를 깔끔히 사수했다.
7일 kt wiz와 경기에서 5⅔이닝 무실점 투구로 시즌 2승째를 챙긴 한현희(29·키움 히어로즈)의 야구 철학은 "즐겁게 야구하자"다. 힘든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경기에 나서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따른다는 것이 프로 데뷔 12년 차인 한현희가 깨달은 인생의 진리였다. 한현희는 이날 승리를 포함해 2경기 12⅔이닝 연속 무실점 투구를 달성한 것도 즐기자는 생각으로 투구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라고 했다. 경기 뒤 수훈 선수 인터뷰에 나선 한현희는 "오늘은 자신감 있게, 즐겁게 야구하자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라갔다"며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이 더 생기고 공도 더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슈퍼 캐치'라는 별명은 명불허전이었다. 김준완(31·키움 히어로즈)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다이빙 캐치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키움은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4-3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시점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접전이었다. 한화가 안타 수 9 대 4로 앞섰으나, 키움은 9회초 터진 대타 전병우(30)의 동점 투런, 10회초 나온 야시엘 푸이그(32)의 역전 솔로포로 경기를 뒤집었다. 하지만 홈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은 한화의 추격은 무서웠다. 노시환(22)의 홈런성 타구도 있었고 마지막으로 나선 대타 박상언(25)이 우측 외야로 날린 안타성 타구도 있었다. 우측 파울 라인 근처 애매한 곳을 떨어지는 타구였으나, 우익수 김준완은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로 키움의 승리를 가져왔다.
"원래는 이번 주까지 휴식 주기로 했는데 자긴 괜찮다고...." 홍원기(49)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열정 넘치는 '캡틴' 이용규(37)에 헛웃음을 보였다. 키움은 3일 경기까지 32승 22패로 정규시즌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전 하위권을 맴돌 것이란 예상을 깨는 의외의 결과. 3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홍원기 감독은 "순위 자체가 촘촘해서 6월은 지나 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그때까진 한 게임 한 게임 버텨낼 뿐"이라면서 지금 순위에 신경 쓰지 않았다. 홍 감독이 이미 시즌의 40%를 넘긴 시점에서도 버티기를 제1과제로 삼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뜩이나 얇은 선수층에 계속해서 부상자가 생겨나고 있는 것. 시즌 직전 1루수 김웅빈(26)이 오른쪽 손목 유구골 골절로 부상을 당했다가 약 두 달 만에 복귀했고, 이정후(24)도 지금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키움이 2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9회말 전병우의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에 힘입어 6-5로 승리했다. 전날 연승 행진이 7경기에서 중단됐던 키움은 이날 극적인 승리로 연패에 빠지지 않았다. 역전승의 중심에는 송성문이 있었다. 7번타자로 출전한 송성문은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송성문은 경기 후 "7연승 하다 어제 깨졌는데, 오늘까지 져서 연패를 당하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 같았다. 팀이 승리하는데 중요한 타점을 올려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에서 유독 송성문에게 많은 찬스가 걸렸다. 득점권 찬스에서 타석에 총 3번 들어섰는데 적시타를 2번 때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