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같은 자리에서 팬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김휘집(20)은 작년 7월 4일 수원 kt wiz전을 잊지 못한다. kt 투수 소형준을 상대로 프로 첫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했고, 많은 이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로 떠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후계자가 나타났다며 기대했다. 그러나 김휘집의 작년 성적은 타율 0.129에 그쳤고, 홈런은 그날 만루홈런이 마지막이었다.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휘집은 작년을 떠올리며 "가수로 따지면 원히트 원더(한곡 만 큰 흥행을 거둔 가수)만 남긴 셈이었다"며 "올해는 정말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야구 선수들이 “야구 참 어렵네요”라는 말을 한다. 맞다. 야구는 어려운 스포츠다. 작은 부분이라도 잠깐이나마 흐름을 바꾸는 포인트가 생기면 경기장 공기부터 달라진다. 축구, 농구에 비해 정적인 스포츠인데도 말이다.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24일 경기가 그랬다. 키움 선발 투수 정찬헌이 4이닝을 3실점으로 막아냈지만 4회 좋지 않았던 투구, 야수들의 실책 및 실책성 플레이로 인해 LG가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때 한 남자가 등장했다. 186cm에 96kg의 거구 김선기(31)가 마운드에 섰다. 그리고 LG 타선은 그렇게 침묵했다.
"사실 좀 짜증이 나 있는 상태로 타석에 들어갔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서 저도 모르게 나왔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항상 밝은 모습만 보여왔던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는 역전 결승타 장면에서 세리머니 한 이유를 묻자 의외의 답을 내놨다. 이정후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방문 경기에서 2-3으로 끌려가던 5회 1사 2, 3루에서 역전 결승 2타점 3루타를 작렬했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에 안착한 뒤에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에서 아버지 이종범을 떠올리게 하는 '어퍼컷 세리머니'까지 선보였다.
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투수 타일러 애플러(29)가 시즌 전 저평가를 뒤집는 반전 활약을 두 달째 이어가고 있다. 지금처럼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또 한 명의 효자 외인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러는 지난 21일 고척 한화전에서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성적은 9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 3.20, 50⅔이닝 11사사구(10볼넷 1몸에 맞는 볼) 28탈삼진이 됐다. 이진영(한화)에게 5회 솔로포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장타를 내주지 않았던 안정적인 피칭의 연속이었다.
"이런 선수들이 발전 속도가 빨라요." 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 내야 포지션 정리에서 큰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유격수 골든글러브 수상자이자 도루왕에 올랐던 김혜성을 2루수 겸 중심타선에 배치했다. 김헤성은 지난해 주로 테이블세터로 나섰다. 자연스럽게 유격수와 2번타자 자리 채우기가 숙제가 됐다. 유격수 자리를 놓고 신준우 김주형 김휘집 등이 경쟁을 펼쳤다. 스프링캠프에서는 신준우가 기회를 받았고, 개막 후 초반에는 김주형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만큼, 이들은 체력적인 한계를 보였고, 컨디션도 떨어졌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야구 격언대로, 도루 부문은 유독 장기집권한 선수가 많았다. 김일권은 프로 원년인 1982년부터 3년 연속 도루왕을 했고, 정수근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 연속 왕좌를 지켰다. 이대형(2007∼2010년), 박해민(2015∼2018년)도 4년 동안 장기집권에 성공했던 선수다. 이제는 김혜성(23·키움 히어로즈)이 새로운 '도루 왕조'를 열어갈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지난 시즌 46개의 도루로 생애 첫 타이틀을 차지했던 김혜성은 올 시즌 17번의 도루 성공으로 리그 1위를 달린다.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23)이 명실상부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개막전 선발투수로 깜짝 발탁된 안우진은 찰리 반즈(롯데),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 드류 루친스키(NC), 윌머 폰트(SSG),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등 상대 에이스들과 치열한 선발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9경기(56이닝) 5승 3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외국인투수들과의 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안우진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강속구다. 최고 시속 159km에 달하는 안우진의 직구는 KBO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구종 중 하나로 꼽힌다.
"정말 땀 흘리면서까지 한다.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는데 '내 땀이 중요한가....'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사인하고 있다." 이적해온 지 이제 겨우 한 달째, 키움 히어로즈 팬들이 김태진(27)에게 홀딱 반했다. 경기장 안에서도 근성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는데 밖에서는 더 열심이다. 다음날 낮 경기라 쉴 시간이 1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남아 팬서비스를 하는 선수에게 팬들은 반할 수밖에 없다. 김태진은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를 앞두고 "다음날 낮 경기라 조금 피곤하긴 했다. 하지만 팬분들도 마찬가지다. 보러 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우리를 위해 오랜 시간 응원도 하시고, (경기가 끝나고도) 한 번 더 보려고 기다려주기까지 하신다.
“이 자리에서도 기회 오면 아주 잘 쳐보겠습니다.” 프로야구 키움 내야수 김혜성(23)은 지난 시즌 중반 갑작스레 주장을 맡았다. KBO리그 역대 가장 어린 나이에 완장을 찬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팀 내 최고참 혹은 중고참인 선수가 대부분 주장 역할을 맡는데 당시 선수단 구성상 김혜성이 완장을 차야만 하는 시점이었다. 심리적 부담이 타격까지 영향을 미쳤다. 유격수 대신 수비 부담이 덜한 2루수로 자리를 옮겼다. 결론적으로 김혜성은 별 탈 없이 시즌을 완주했다. 키움에서도 가장 신박한 도전의 중심에 섰던 김혜성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21일 고척 한화전을 앞두고 평소와 전혀 다른 선발 라인업을 꺼냈다. 개막전 4번타자로 시작해 한동안 2번타자로 전진배치했던 야시엘 푸이그를 8번으로 내렸다. 푸이그가 빠진 2번 자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세워본 적 없는 선수에게 맡겼다. 바로 2년차 유격수 김휘집이었다. 김휘집은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 2번타자 유격수로 나와 4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11-2 대승에 힘을 보탰다. 자신있게 방망이를 돌렸다. 첫 타석부터 2루타를 치면서 선취점 기회를 만들더니, 2회 두 번째 타석에서 바로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경기 후 만난 김휘집은 "2번타자로 나간다는 말은 경기 전에 들었다. 그래도 놀라지는 않았고, 자신감이 있었다"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