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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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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효상 “보여주기 위한 야구, 이제 그만할래요”

2020.03.06

(사진 설명 : 포수 주효상이 대만 가오슝 국경칭푸야구장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개막 엔트리에 들고 싶어서 급하게 몸을 만들었어요. 이제는 보여주기 위한 야구는 그만할래요.”

 

포수 유망주로 촉망받았다. 2016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으로 키움(당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포수 1라운드 지명은 최근 10년 동안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그만큼 구단의 육성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입단 당시에는 박동원이 주전 포수로 확실히 자리 잡고 있었고, 이후 우승 경험이 풍부한 이지영이 가세했다. 설 자리가 없어 보였다. 더 악착같이 훈련했지만, 여전히 팀 제3 포수였다. 조급했고, 돋보이고 싶었고, 그래서 무리했다. 그렇게 보낸 4년의 시간. 이제는 깨달았다. 보여주기 위한 야구가 아니라, 스스로 발전하는 야구를 해야 한다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만 가오슝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키움 포수 주효상(24)이다.

 

가오슝에서 만난 주효상의 표정은 조급함과 거리가 멀었다. 박동원, 이지영과 주전 경쟁을 해야 하는 버거움을 받아들임으로서 채워가고 있었다. 주효상은 작년까지만 해도 스프링캠프에 오면 무리를 했다. 나도 모르게 초반부터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렸다. 개막 엔트리에 들고 싶다는 마음밖에 없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러다 보니 개막 이후에 페이스가 빨리 떨어졌다. 형들이 천천히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이유를 이제는 조금 이해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그래서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주효상은 사실 작년에도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그런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그게 안 되더라라며 이번에는 캠프에 오기 전부터 많은 생각을 했고, 마음도 굳게 먹었다. 덕분에 차근차근 단계별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지금까지는 잘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효상이 서둘러 페이스를 끌어올렸던 과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주효상에게 박동원과 이지영은 거대한 산과 같다. 살아남기 위한 그만의 생존법이었다. 주효상은 “1군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이제는 주전 경쟁보다는 스스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경쟁이 아니라 발전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경쟁이 아니다. 룸메이트 박동원의 조언도 큰 힘이 된다. 주효상은 훈련이 끝나면 방으로 돌아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 대화 속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다라며 경쟁은 훈련장 안에서만 한다. 경쟁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내가 보고 배우면서 따라가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설명 : 포수 주효상이 5일 퉁이라이온스와의 경기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타석에서도 마찬가지다. 주효상은 대타 출전이 많은데, 뭔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생각에 변화를 줄 수 있었던 것도 주변 동료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주효상은 “()하성이 형이 언젠가는 나도 백업일 때 너처럼 대타로 많이 나갔다. 한 타석씩 나가서 잘 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조바심을 갖지 마라고 말씀해주셨다. 강병식 타격 코치님께서도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마라. 중요한 것은 그 한 타석을 위해 어떻게 준비를 했고, 그렇게 준비한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라고 하셨다. 하성이 형과 강 코치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해주셨는지 작년 말부터 조금씩 이해했고, 경기 후 매일 남아서 훈련을 했다고 전했다. 주효상은 지난해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KBO리그 역대 최초로 끝내기 땅볼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화끈한 적시타는 아니었지만, 극적인 순간에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것 자체가 노력의 열매였다.

 

주효상은 열심히 하지도 않고 잘하려고 했던 모습들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이제는 노력도 하지 않고 못 한다고 자책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시즌 시작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스포츠월드 권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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