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같은 자리에서 팬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5강 후보로) 전혀 거론도 안 됐습니다. 오히려 덕분에 편하게 상대랑 붙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죠." 키움 히어로즈의 돌풍을 이끄는 '선장' 홍원기(49) 감독은 시즌 반환점을 눈앞에 둔 지점까지 리그 2위를 질주하는 비결로 선수들의 자신감을 꼽았다. 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만난 홍 감독은 "개막 전 설문조사에 신경 안 쓴 지 몇 년 됐다"며 "말 그대로 평가일 뿐인데, 선수들이 그걸 뒤집고 있다"고 공을 돌렸다. 삼성과 주중 3연전 첫판까지 잡은 키움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40승(27패 1무) 고지를 밟은 것과 동시에 선두 SSG 랜더스와 격차를 2.5경기로 좁혔다.
키움 히어로즈가 4-3으로 한 점 차 살얼음판 같은 리드를 지키고 있던 8회말, 1사 1, 3루 위기가 찾아왔다. 타석에 등장한 대타 김태군의 잘 맞은 타구는 유격수 정면으로 향해 병살타로 연결됐다. 그 순간을 가장 가슴 졸이며 지켜봤을 키움 우완 신인 투수 이명종(20)은 "바로 점프부터 했다"며 활짝 웃었다. 이명종은 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3-3으로 맞선 6회 등판해 2이닝을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키움 이지영이 결승타를 터뜨리며 4-3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지영은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3-3으로 맞선 7회 김수환의 좌중간 2루타로 만든 1사 2루 찬스에서 좌전 안타를 때려 2루에 있던 김수환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키움은 8회 김재웅, 9회 문성현을 투입해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최근 10경기 타율 1할6푼2리(37타수 6안타)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이지영은 “타격감이 좋진 않았는데 최근에 예전 타격폼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출장 기회가 늘어난 그는 “선수로서 많이 경기에 나가는 건 좋은 일이다. 컨디션은 스스로 조절해야 하는 부분이다. 잘 먹고 잘 자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 히어로즈 김재웅은 올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과소평가받는 선수다. 현재 리그 최고의 구원투수이자 2000년대 최고 구원투수 중 하나인데도 기이할 정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재웅은 21일 현재 리그 불펜투수 가운데 가장 높은 2.29승의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을 기록 중이다. 이 부문 2위 LG 정우영(1.49승)보다도 0.8승 더 많은 승수를 쌓아 올렸다. 리그 전체 투수를 놓고 봐도 김재웅의 WAR은 8위에 해당한다. 롯데 에이스 찰리 반즈, LG 에이스 케이시 켈리, 소속팀 에이스 안우진보다도 김재웅의 WAR이 높다. 김재웅은 리그 불펜투수 중에 두 번째로 많은 33경기에 등판했고, 최다 5위에 해당하는 33이닝을 던졌다. 16홀드로 이 부문 단독 1위, 평균자책은 0.82로 30이닝 이상 투수 가운데 유일한 0점대다.
"다시 키움 마운드로 돌아온 좌완 투수 이영준(31)이 이렇게 말했다. "키움 좌완 불펜, 거의 리그 최강 아닌가요?"라고. 키움 히어로즈는 현재 리그 불펜 평균 자책 3.37로 LG 트윈스(3.07)에 이어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팀 타율 0.243으로 이 부문 최하위 한화 이글스(0.240) 다음으로 좋지 않은 타격 지표를 보이고 있지만 마운드의 힘으로 SSG 랜더스(42승 23패 3무)에 이어 2위에 자리하고 있는 키움(39승 27패 1무)이다. 하영민, 김태훈, 문성현 등 오른손 투수들의 활약도 좋지만 왼손 투수들의 활약도 키움 상승세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승호는 21경기에 출전해 2승 1패 6홀드 8세이브 평균 자책 2.37을 기록 중이다. 요즘에는 키움 마무리로 등판하고 있다.
그동안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만 등판했던 이명종(20·키움)이었다. 고졸 루키들의 1군 적응 부담을 덜어주려는 홍원기 키움 감독의 의도였다. 석교초-세광중-세광고를 졸업한 우완 이명종은 2022년 2차 6라운드 56순위로 키움에 입단했다. 입단부터 2021년 마무리 캠프, 2022년 스프링캠프까지 꾸준히 내부 평가가 높았던 몇 안 되는 신인이었다. 주 구종은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최근에는 커브를 연마 중이다. 평균 직구 구속은 시속 142㎞로 높지 않지만, 독특한 폼 덕분에 디셉션이 좋았고 몸쪽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 보더라인 피칭이 가능한 제구력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19일 고척돔에서 만난 이명종은 "최근에 구속이 잘 안 나와서 그렇지 그정도(시속 142㎞)는 아니다"고 말하면서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던질 때 스스로 '내 공은 빠르다. 내 공은 150㎞, 160㎞이다. 난 (안)우진이 형처럼 던진다' 생각하면서 자신 있게 던진다"고 힘줘 말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도 바꾸던데…." 올 시즌 김재웅(24·키움 히어로즈)은 총 33경기에 등판했다. 이 중 실점이 나온 경기는 단 두 경기. 4월3일 롯데전에서 시즌 첫 등판에서 2실점을 한 그는 5월12일 두산전에서 두 번째 실점을 했다. 이후 1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 펼쳐졌다. 김재웅의 실점을 잊은 행진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8월10일부터 9월23일까 1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송신영 키움 투수코치는 "지난해보다 변화구 각이 더 좋아졌다. 변화구 각이 커지다보니 카운트 잡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구종의 수가 늘어났다.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도 좋아졌다. 지난해 경험이 도움이 된 거 같다. 볼배합과 구종 선택을 영리하게 한다"고 칭찬했다.
"포수 이지영의 몫이 매우 크다. 거론이 안 되고 있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1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포수 이지영에 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키움은 18일 LG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선발 투수로 나선 한현희가 6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뒤이어 등판한 이영준(1이닝 무실점, 홀드)-이명종(1이닝 무실점, 홀드)-이승호(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하며 LG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마음 같아선 150km도 던지고 싶죠.” 키움 좌완 이영준(31)은 2020년 4월 초 생애 두 번째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았다. 사람들은 그가 팔꿈치 이슈로 1년 반만에 돌아왔으니 ‘무슨 일이라고 있었나’라고 했다. 그러나 이영준은 18일 고척 LG전 이후 “오히려 빨리 돌아왔다”라고 했다. 이영준은 2021시즌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팔이 좋지 않았다. 처음에는 재활로 극복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약 2~3개월 재활 이후 수술을 결정했다. “대학교 2학년 때 한번 받아봐서 걱정되지는 않았다. 구위가 안 올라오면 어쩌나 싶었지, 다시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올해는 유독 이른바 '중고신인'들의 활약이 도드라지고 있다. 중고신인이란 '입단 5년 이내 누적 30이닝(투수), 60타석(타자)을 넘지 않은 자'라는 신인왕 요건을 충족하는 이들이다. 김인환(28·한화), 김시훈(23·NC), 정철원(23·두산), 전의산(22·SSG) 등이 오랜 무명 생활을 떨쳐내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의 거포 유망주 김수환(24)도 그 중 1명이다. 제물포고 2학년 시절 홈런왕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인 김수환은 2018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48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키움 전신)에 지명됐다. 180㎝, 100㎏의 당당한 체구를 갖춘 김수환은 지명 당시 '제2의 박병호'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